넓은 바다/동방의 금수강산

[진해] 내일로 I - 만 스물 셋의 첫 전국일주, 2011년 8월 (20)



진주에서 부전행 무궁화호를 타고 달린다. 출발한지 오래지 않아 나타난 작은 간이역, 원북역.


함안군 군북면에 있던 이 역은 건물도 주민의 기부로 지었을 정도로 아주 조그만 시골 간이역이었다. 내가 지나갔던 이 때로부터 1년 지나 2012년에 폐역, 2013년에 철거되었다고 한다.


사실 이렇게 주변 경치가 아름답기로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선 꽤나 유명한 역이었다. 장난감 같기도 한 저 앙증맞은 역사는 이제는 볼 수 없다.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마음 같아서는 내려서 실컷 사진 찍어보고도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다음 열차까지 두 시간을 여기서 그냥 꼼짝없이 기다려야 해서 아니면 면 중심에 있는 군북역까지 걸어가고 거기서 다시 한 시간 반 기다리든가 어쩔 수 없었다.


구 마산 시내 진입. 이 때는 통합창원시 출범 1년이 된 시점이다.


창원역 도착!


창원에 온건 순전히 구 진해 지역을 구경하고자 온 거라 굳이 구 창원 시내를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아쉬운게, 한 시간이나 여유가 있는데 나가서 역 주변이라도 조금 둘러봐도 괜찮았을걸 굳이 역 안에서 존버 멍하니 있었다.


한 시간여를 기다려 마침내 진해로 가는 새마을호를 탔다. 신창원이 그 신창원이 아니라는걸 누구나 알지만 결국 그 드립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는 신창원역을 지나치니 현대로템 공장을 지나쳐간다. 제작 중인 도시철도 전동차량껍데기을 볼 수 있었다.


철도가 창원국가산업단지와 산 사이로 지나간다. 창원 시가지와는 거대한 산업단지를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있다. 그러니까 철도가 망하지... 


구 진해 시내 진입. 안민고개의 짧은 터널을 넘어서자, 그곳은 진해였다.


진해역 도착! 1926년에 지어진 모습 그대로 유지된 역사가 있는 역사다.


이 때만 해도 진해에서 대구까지 다니는 새마을호가 있었다. 나도 그 열차를 창원에서부터 타고 왔고. 그런데 나중에 그게 사라지고 대신 마산에서 진해까지 오는 무궁화호로 창원시 안에서만 도는 열차 바뀌었다가 이제는 그마저도 없어졌다고 한다. 그나마 진해군항제 할 때 운영한 특별열차라도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없앴다고. 그나마 화물열차는 다닌다고는 하는데... 진해구 인구는 늘고 있는데 철도는 없어졌다니 정말 아이러니하다.


역 광장에서 바라본 제황산 위의 진해탑. '살면정사'가 더 시선강탈이지 않나?


마치 70년대에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모습의 어느 세탁소. 나흘 전 군산 구 시내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느낌.


진해 구 시내는 북원로터리, 중원로터리, 남원로터리의 세 로터리를 중점으로 길이 직선과 사선으로 반듯이 뻗어있다. 일제강점기에 그렇게 구획되어 건설된 계획도시여서 그렇다. 사진은 진해역에서 정면으로 뻗은 중원로를 따라가면 나오는 중원로터리.


제황산공원은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갈 수도 있다. 이 날 아침 진주에서 이미 등산을 해서 올라가지 않기로 한다.



진해우체국.


1926년생인 진해역보다 한 술 더 떠서, 1912년에 지어진 그 모습이 유지가 되고 있는 우체국이다. 건물 자체도 예뻐서 진해에 왔다면 꼭 가볼 만 하다. 물론 지금은 뒤에 새로 지은 청사에서 업무를 보고 있긴 한데, 놀라운건 이 건물도 2000년까지는 현역이었다고 한다.


그 옆 장난감도서관 앞에 있는 시월유신기념탑. 진해의 흑역사...


걸어 올라가는건 싫고 모노레일 한번 타볼까 말까 고민이 좀 되더라.


이 날 남은 시간은 진해해양공원만 가보려고 했다. 이 곳 구 시내에서 버스로 대략 한 시간 거리.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을 찾는데 누가 봐도 내일러인 여성 두 분이 있더라. 순천 같은 곳이랑 다르게 내일러를 보기 힘든 진해인지라, 혼자 여행하기 더 쓸쓸할거 같고 안 그래도 도시 자체가 너무 적적하고 말을 붙이고 결국 동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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