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바다/동방의 금수강산

[진해] 내일로 I - 만 스물 셋의 첫 전국일주, 2011년 8월 (21)



진해의 구 시내 중원로터리에서 만난 또래 내일러 두 명과 함께 버스를 타고 진해해양공원으로 향했다.


하... 상호가 참...


신이천과 자은천이 만나는 덕산동 일대.


풍호동 찬새미삼거리 옆 철길건널목. 진해역에서 출발해 진해 시가지 전체를 따라가는 사비선/행암선 철길이다. 지도 상에서 보면 진해 내부 도시철도로 쓰면 딱 좋을 것 같은 동선이지만 사실은 그냥 애초부터 화물선이고 그나마도 언제 철거될 지 모르는 신세. 철도왕국 일본 같으면 진작부터 도시철도로 활용했을텐데 어째 우리나라는 근대화 과정에서 궤도교통을 계속 없애기만 하고 그저 도로만 만들어왔다.


철길이 행암동 포구에 딱 붙어서 스쳐간다. 이 끝내주는 관광자원을 왜 못 써먹냐고.


여기로 화물열차가 지나다니는 모습을 잘 담은 블로그가 있어 소개한다. TD님의 블로그


그렇게 한 시간 남짓이나 돌아돌아 온 명동항. 시계는 벌써 저녁 7시.


이 진해해양공원을 보려고 이렇게 먼 길을 왔다.


해양공원을 빼면 명동이란 동네 자체는 그저 한적한 어촌.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명동이 지닌 이미지와 많이 다르다.



동섬.


여기도 바닷길이 열렸다 닫혔다 하나보다.



음지도라는 섬 전체를 개발해서 해양공원을 만들었다.


석양이 진다...


해양공원인지 모를까봐 바다 생물들이 골고루 나와서 맞이해준다.





어촌의 상징인 우리 갈선생들도 노을을 감상하신다.



나흘 전 군산에서도 봤는데, 퇴역 해군함정이 여기에도 있다.


남해안은 워낙에 섬도 많고 해안선 자체가 복잡해서 서쪽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은 여간해서 보기 힘들 듯 하다.



건물 모양이 누가 봐도 배 모양인 해양생물테마파크.



주차장 모양도 뭔가 특이하다고 느껴서 찍었는데 지금 보니 무슨 의미인지 더 모르겠다.


해전사체험관.


이 날 함께 진해해양공원을 구경한 두 내일러.


시간이 꽤 늦었는데도 다행히 아직 관람 가능했다.


구축함 DD-922 강원함이다. 대한민국 해군이 미군으로부터 인수하기 전에는 윌리엄 러시라는 이름이 붙어있었고, 한국전쟁에도 참전한 적 있는 구축함이다.


아직 공원 안을 돌아다니는 분들이 좀 있었다.


그런데 사실 내가 이렇게까지 어렵게 진해해양공원을 찾아온 이유는,


바로 이 구축함 때문이었다.



사실 여기 해양공원 뿐 아니라 진해라는 도시 자체를 찾아온 이유도 같은 맥락이었는데,


이 때 내가 해군 학사장교가 될 줄 알아서였다.


해군 학사장교로 가게 되면 진해에 오게 되니 이번 기회에 미리 맛보기(?)를 하자고 온 거다. 대체 무슨 약을 했길래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학창시절 중국 해군기지인 칭다오에서 살면서 중국 해군 뿐만 아니라 교류방문 차 온 한국 해군, 미국 해군 함정에도 견학하면서 해군들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해군에 관심이 그나마 가장 많아서 그랬다.



배 위에서의 생활에 대한 근거없는 로망이 있기도 했고.


그런데 이랬던 내 예상과는 다르게, 진주 여행기에 적었듯이, 결과적으로 나는 일 년 후 해군이 아니라 공군 장교로 임관하게 된다. 사실은 수영도 할 줄 모르는데 어떻게 보면 천만다행이었다. 진해가 아니라 진주를 미리 맛봤다.


강원함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딱 8시. 바로 버스를 타고 진해 구 시내로 돌아오니 대략 8시 45분 쯤 되었다. 늦었지만 헤어지기 전에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 때(2011년)는 인터넷에서나 책에서나 창원하면 석쇠불고기라는 얘기가 많아서 그걸 먹기로 했다. 그런데 요새(2019년) 인터넷을 찾아보면 그런 말이 딱히 없더라.


진해역 가까이에 금강산면옥이라는 큰 식당이 있어서 들어갔다. 석쇠불고기와 만두를 시켜 먹었는데, 맛은 좋았지만 딱히 그렇게 기억에 남는 맛은 아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우리는 그 자리에서 바로 헤어졌다. 나는 석동 롯데마트에 있는 찜질방을 숙소로 정해두고 있었고 두 여성 내일러는 확실히 찜질방보다는 안전할 구 시가지의 모텔방을 잡는다고 했다. 한 사람은 나와 동갑, 한 사람은 나보다 한 살 어렸는데 그 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한, 이미 3~4년차의 직장인들이었다. 회사원이라 휴가를 길게 못 써서 내일로도 5일까지 밖에 못 다닌다고 했다. 그리고 나도 2년 후 내일로를 그렇게 똑같이 5일 짜리로 다니게 된다. 이 때까지 살면서 이런저런 인연을 맺고 길고 짧은 대화를 나눠본 또래 사람은 굉장히 많았지만 그 사람들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4년제 대학생이었고, 학생으로서 취준생으로서 살아가는 모습들이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찍부터 직장 생활하는 또래를 만난건 거의 처음이었다. 스무 살부터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또래들과의 몇 시간 안되는 짧은 대화는 그래서 나에게 결과적으로 작은 충격이었다. 사람이 일상 속에 머물러 살기만 하면 얼마나 좁은 세상에서 사는지, 이 짧은 진해 여행에서 만난 이 친구들 덕분에 느꼈다. 가끔씩 나의 세상 밖에 사는 사람들과 만나보기 위해서라도, 사람은 계속 여행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거구나 싶었다.


다음 날 아침. 다른 도시의 찜질방에서 머물다보면 나 같은 내일러들이나 다른 배낭여행자들을 꽤 볼 수 있었는데 여기 진해에선 그런 뜨내기 느낌나는 사람들이 정말 없었다.


구 진해 지역과 구 창원 지역을 이어주는 안민터널. 이 앞을 이틀 동안 벌써 네 번째 지나고 있다.


예쁘장한 진해역에 다시 도착.


이 때는 진해역에서 운행하는 열차가 죄다 대구까지 왕복하는 새마을호 뿐이었다. 그마저도 하루 네 편성.


9시 25분 출발하는 이 새마을호 열차를 타고 이제 대구로 향한다.


이제는 진해선에 기차가 운행하지 않으니, 이 때가 진해역과의 영원한 작별이 되어버렸다. 기차든 도시철도든 다시 여기 열차가 들어오게 되지 않는 이상은.


현대로템 공장을 지난다. 만들고 있는 열차를 딱 보아하니 앞에건 서울 지하철 9호선 전동차고 뒤에건... ITX-청춘??


문제의 그 신창원역.


헐 이건 또 서울 지하철 3호선 전동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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