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바다/동방의 금수강산

[순천] 내일로 I - 만 스물 셋의 첫 전국일주, 2011년 8월 (17)



낙안읍성에서 순천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돌아가다가 중간에 내려 순천만습지로 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그렇게 해서 오는데 또 한 시간 남짓 걸렸다.



전망대가 있길래 먼저 올라가보았다.


본격적으로 비가 오기 시작했다.




사실 여기서 습지를 보는데 있어서 전망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운석. 이런 설명을 원한 건 아닌데.


갈대밭 구경 시작.


비바람이 거세져서 갈대열차를 타려는 사람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젊은 남자 둘은 꼴에 남자라고 헤쳐나가기로 했다.

 


이 강 이름은 순천동천. 저 갈대밭으로 이루어진 굽이만 돌아 나가면 바다로 나간다. 거기가 진짜 순천만.



비바람이 부는 덕에 분위기는 더 멋있어졌다. 물론 우리는 춥고 배고팠지만.



렌즈에 빗방울이 제대로 묻었다.




원래 갈대밭보다도 갯벌 생태계의 보고라는 점에서 이 곳이 논쟁 끝에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제는 신의 한수가 되었다.



어느 중년 부부가 우리에게 말을 붙이셨는데, 우리 같은 여행자는 아니고 그저 이 곳 순천에 사시고 운동삼아 산책하러 오신거라고. 비바람 부는데 굳이? 여기 순천만습지는 여름보다도 아무래도 갈대가 노랗게 변하는 가을에 와야 가장 절경이라고, 가을에 다시 놀러오라고 말씀해주셨다.


오두막에서 잠시 비를 피했다.


비바람이 역시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용산전망대에 올라가는 것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아까 그 아주머니 아저씨 말씀마나 가을에 오면 확실히 더 좋겠구나 싶었다. 난 이 때까지만 해도 모쏠이었는데 다음에는 꼭 여자친구를 만들어서 같이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은 꼭 이루어지지 않더라.


비바람에 너무 피곤해지고 배도 고파서 여유롭게 갈대밭 산책하는 것은 포기하고 마지막으로 시내에서 한정식을 먹고 순천을 떠나기로 했다. 드라마촬영지도 포기했다. 어째 포기의 연속. 인터넷이나 내일로 책자에 순천 맛집하면 꼭 나오던 흥덕식당을 찾아갔다. 오후 2시반 경이었으니 꽤나 늦은 점심. 게다가 나는 아침도 걸렀다. 혼자 여행하다보면 2인 이상만 받는 이런 식당에 가지를 못하는데 이렇게 혼자 온 사람들끼리 파티를 구성해서 공략하는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전략이다. 그래서 전날 여수에서 롯데리아로 때워야만 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기 시작되고 방학 시즌 내일로도 슬슬 활성화되던 이 무렵이, 여행자들 사이에서 이 식당의 소문이 서서히 악평 쪽으로 기울게 되는 분기점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뜨내기 여행자라서 그런가 불친절하게 대하시는 느낌은 받았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기는 했다. 배고파서 그래. 다만 역시나 이 때 이후로 점점 인터넷에 안 좋은 글들이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2년 후 다시 순천에 왔을 때, 이곳에 실망한 여행자들의 블로그 글이 굉장히 많은 것을 보고 결국 다른 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밥 먹고 다시 돌아온 순천역. 역시 내일로의 성지답게 20대 여행자들로 바글바글했다. 아무래도 다들 우리처럼 비바람에 지쳐 순천에서의 일정을 빨리 접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는 듯 했다. 나와 동갑내기 동행자는 다음 목적지가 진주역이라는 것도 같아서 함께 다음 경전선 무궁화호 열차를 타기로 했다. 처음 도착한지 7시간 만에 이렇게 순천도 다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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