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바다/동방의 금수강산

[순천] 내일로 I - 만 스물 셋의 첫 전국일주, 2011년 8월 (16)


순천역 도착! 그런데 역사에 웬 무한도전 달력이...


전남 동부권의 철도 허브답게 역이 크고 깔끔하다.


볼 것 많은 순천에서는 낙안읍성과 순천만습지를 보려고 계획했다. 원래 드라마촬영장도 갈 생각이었지만 돌아다니다보니 비도 오고 너무 힘들어서 포기. 낙안읍성을 향하는 시내버스를 타려고 순천역 서측 정류장을 찾아갔는데, 딱보니 나랑 나이가 고만고만할 뜨내기 청년들이 큰 배낭 하나씩 짊어지고 하나둘 모여드는데, 이건 누가봐도 다들 내일러들. 뭔가 느낌이 왔는지 내게 다가와 말을 붙인 다른 남자 내일러, 얘기 좀 나눠보니 마침 낙안읍성과 순천만을 들르려는 계획이 똑같은게 아닌가. 결국 그래서 남자 둘이 하루 동안 같이 다니기로 했다. 같이 버스 타고 가면서 얘기를 더 해보니 나이도 나랑 동갑. 하지만 그 친구는 이제 막 전역한 예비복학생, 나는 입대 7개월 전...


버스타고 굽이굽이 시골길을 무려 한 시간이나 달려 도착한 낙안읍성. 낙안 3.1운동 기념탑이 우리를 맞이했다.






낙풍루. 낙안읍성의 동문이다. 순천에서 버스 타고 오면 여기로 오게 됨.


낙안은 원래 줄곧 낙안군이라는 별개의 고을이었는데 일제에 의해 해체되어 버렸다. 이 일대에서 활발했던 항일의병에 대한 보복성 조치였다고 한다. 낙안군은 둘로 찢어져서 원래 중심지였던 낙안읍 일대는 동쪽의 순천에 편입되어 낙안면이 되었고 아랫마을은 서쪽의 보성에 끼워져 벌교가 되었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낙안면은 순천 시내에서 멀고 그 바로 밑의 벌교읍은 보성 읍내에서 애매하게 멀다. 그게 이런 배경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벌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읍이 되었다.



낙안군은 사라지고 군의 중심지 여기 낙안읍도 몰락했지만 그 대신 벌교읍이 구 낙안군의 중심지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젠 벌교도 몰락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애초에 여기가 목적지라면 순천역이 아니라 벌교역에서 버스 타는게 훨씬 가깝고 편하다고 한다.


읍성이라는 것은 고을의 중심지역으로서 행정, 문화가 집중된, 오늘날로 치면 도시의 시내라고 할 수 있다. 그랬던 곳이 어느날 갑자기 변두리 시골마을이 되어버렸고 심지어 철도도 살짝 비껴간 바람에 마치 시간이 구한말에 멈춘 듯 더 이상의 발전이 없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그렇게 시간이 멈춘 덕분에 아름답고 독특한 전통마을로 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관광객으로서 주의해야 할 것은 이 곳은 용인 한국민속촌 같은 인위적인 민속촌이 절대 아니며 옛 터전을 지켜오신 분들이 대대로 살고 있는 실제 마을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장사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저 평범하게 농사 짓고 다른 동네로 출퇴근하며 살고 계신다. 관광지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그냥 살던 그대로 살다보니 관광지가 되어 버린 것. 안동의 하회마을과 비슷한 상황이다. 즐겁게 구경하되 마을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침범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다.


낙안군 동헌. 사극을 보면 흔히 관아라고 하는, 현대의 군청이다.



이런 예시용 마네킹이 없으면 외국인들 막 정자세로 드러누운다.



재판이 진행 중인갑다. 중간에 난입한 현대인(?)은 나와 동행하던 그 동갑내기 내일러.



밖에서 분명 재판 중이던 사또를 봤는데 여기 관사에도 계시네?


사또의 가족이었던가.


부엌.



낙민루.


이 분들은 마네킹 아님.





말도 있더라. ㄷㄷㄷ 아무래도 승마체험 같은게 있나보다.


갑자기 분위기 7080.



민박집도 있다. 지금은 아마 더 많아졌을거다.



여기 성벽은 조선초 태조 시기에 토성으로 처음 쌓았고 세종 시절에 석성으로 보강되었다고 한다.


조선 후기의 명장 임경업 장군이 낙안군수였던 시절에 성을 쌓았다는 얘기가 전해져오지만 그 시절에 성을 개축한 것이 구전되면서 야사로 발전한 것. 임경업 장군이 여기서 많은 존경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게, 임경업군수비각이라는 송덕비도 남아있다.


성벽이 남아있는 부분이 얼마 안되긴 하지만 걸어볼 수도 있다.


성벽 위에 올라서면 이렇게 뷰가 좋다. 조선시대 지방 도시의 모습을 넓게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예나 지금이나 절대 불조심!





쌍청루. 성의 남문이다. 원래의 정문 역할.



역시 공예 체험공방도 있다.



동헌과 별개로 옥사가 또 따로 있다. 낙안구치소


여기도 재판이 진행 중. 아니 군수가 대체 몇 명이야.


에이 설마 남녀 죄수를 분리하지 않았을라고.


너무 깔끔한데...?


볼 만큼 다 본 것 같으니 이제 다시 버스 타러 동문으로 나간다.


3.1 운동 기념탑에 올라가는 미친 놈들이 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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