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바다/동방의 금수강산

[전주] 내일로 I - 만 스물 셋의 첫 전국일주, 2011년 8월 (7)


칼국수를 먹고 나와서 경기전으로 향했다.


상가 건물들도 겉이나마 한옥 느낌으로 꾸민게 참 보기 좋더라. 서울 종로가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이젠 불가능한 일이겠지.


경기전은 태조 이성계의 어진(왕의 초상화)을 모신 사당이다.


이렇게 태조의 어진을 모신 곳이 전국에 총 다섯 군데였는데 임진왜란 중에 다 소실되고 그나마 이 곳 경기전만 광해군 때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여기도 역시나 일제강점기에 많이 훼손되었지만 몇 년 전에 완전하게 복원했다고 한다.



날이 맑아서 참 좋았다. 무지 덥기도 했지만.



조선 왕조의 초대 임금을 모신 사당과 한국 가톨릭 교회의 성지가 바로 마주보는 현장이다.



고즈넉해서 천천히 거닐기 참 좋았다.











Road of God이라는 영문 번역 때문에 뭔가 더 위압감이 든다. 이 길 자체를 밟지 말라는 건지 아예 이 뜰 안으로 들어오지를 말라는 건지 뭐 어떻게 하라는 건지 좀 당황스러운 표지였다. 후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태조의 혼령이 지나드는 길이라고 해서, 이 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좌우로 돌아서 다녀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막을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표지판 달랑 해놓으면 누가 말을 듣겠나.


김무생 님 유동근 님 태조 전하 드디어 뵙습니다.


원래는 당대에 그려진 초상화가 있었고 또 그걸 임진왜란, 병자호란, 동학농민운동 등의 난리통에도 잘 피신 시켜서 계속 보존해올 수 있었지만 그래도 수 백년이 지나다보니 너무 낡았기에 고종 시기에 다시 새로 따라그린 것이라고 한다. 레플리카?








나무도 많고 해서 덕분에 시원하게 잘 돌아다녔다.








혹시나 해서 적어두는데, 경기전은 경기도와 아무 관련 없다. 경기도의 경기는 '수도와 그 주변'을 뜻하는 京畿, 이 경기전의 경기는 '경사스러움이 터잡은 곳'이라는 의미의 慶基이다. 즉 '여기가 왕실의 고향이다'는 뜻인거다.




조선 임금들의 어진과 기타 왕실과 관련된 내용을 다룬 박물관도 있다. 전주는 조선 왕가인 전주 이씨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함흥 아니다. 거긴 그냥 이성계 고향. 이런 곳이 전주에 존재한다는게 딱 적절한 것 같다. 소장품도 알차서 꽤 볼만 하다.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부모님과 초등학생 딸, 아들로 이루어진 네 식구 가족을 마주쳤다. 아빠는 조선 왕실에 대한 이야기를 열심히 풀고 계시고 첫째인 딸은 그걸 흥미롭게 듣는데 둘째 아들은 버릇없이 틱틱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잠깐 스쳐 지나갔지만 그 녀석 참 쥐어박고 싶더라.

푸터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