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바다/동방의 금수강산

[전주] 내일로 I - 만 스물 셋의 첫 전국일주, 2011년 8월 (6)


군산에서 장항선 열차를 타고 익산으로 향했다.


그 동안 말로만 듣던 호남평야인가 싶어 기분이 들떴다. 중국 말고 국내에서 이렇게 탁 트인 평지를 본 적이 없었다.


익산역 도착. 장항선, 호남선, 전라선이 모이는 호남권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역인데 아직 역사 신축공사가 한창이라 협소하고 답답한 임시역사였다.


익산역 앞 구 도심. 사족이지만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의 그 이리역이 지금의 익산역이다.


한 시간에 한 편성 꼴인 장항선과 달리 전주를 거쳐가는 전라선 열차는 자주 있다. 바로 다음에 오는 열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전주 입성!


전주역 역사는 한옥마을로 대표되는 역사문화도시 전주의 이미지를 잘 살린 훌륭한 건물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 신축한 역사들은 대부분 특색이 없이 죄다 비슷한 유리궁전이라 개인적으로 불만이 많았는데 (특히 서울역이 너무 아쉽다.) 그런 역들과 결이 다른 전주역을 보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독특하고 멋진 전주역사 덕분에 전주에 대한 첫 인상이 좋았지만... 문제는 날씨였다.


2011년 8월 5일, 전주의 기온은 섭씨 36도였다.


햇볕은 쨍쨍. 충격적인 전주의 더위 속에 에어컨 빵빵한 버스를 타고 한옥마을로 향했다. 버스 안이 너무 쾌적해서 내리기 싫을 정도였다.



전주에서 둘러볼 첫 번째 랜드마크는 바로 전동성당. 서울 촌놈인 내게 익숙한 명동성당(네오고딕)과 달리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져 뭔가 더 이국적인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국내에선 고딕에 비해 드물게 존재하는 건축양식이기도 하다.



아치들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사실 개신교 신자로서 천주교 성당 내부에 들어온 것이 생전 처음이어서 살짝 긴장했었다. 사진만 찍고 나가기에 뭔가 불경하다는 생각이 들어 잠깐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리스펙트의 의미로 멋지게 예술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는데.





예수님의 시신을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표현한 피에타 상.



하늘이 맑고 깨끗해서 더 좋은 하루였다.



성당 바로 앞은 경기전. 점심부터 먹고 여기 들어가 볼 예정이었다.




성당 바로 옆에는 가톨릭 재단의 성심여중, 성심여고가 있었다. 비슷하게 서울 명동성당에 붙어있던 옛 계성여고가 떠올랐다.


오늘의 점심은 여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칼국수집, 전국에서 가장 장사 잘 되는 분식점이라는 풍문이 있던 베테랑분식.


다행히 전날의 군산 복성루처럼 기다리지는 않았다. 다만 혼자 앉을 수는 없어서 또 어떤 가족과 합석을 했다. 연중 내내 취급하는 메뉴로는 칼국수, 쫄면, 만두가 전부이고 여름 한정으로 콩국수, 소바, 팥빙수가 있었다. 날이 더워서 콩국수나 소바가 너무 끌렸지만 칼국수 맛집으로 알고 간 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칼국수 선택.


표면장력 수준으로 부담스럽게 국물을 가득 채워서 주시는 칼국수. 깨도 많이 들어있고 걸쭉하다. 맛은 괜찮았는데 특별하게 맛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부러 또 찾아가 먹고 싶지는 않았다. 하필 내가 합석한 일행이 조폭 두목과 그 가족이신 것 같아서 조금 긴장한 상태로 먹는 바람에 더 맛을 못 느꼈을 수도 있다.


주차안내원도 있고 하여튼 장사는 정말 잘되는 집이었다.

푸터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