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바다/러브 인 아시아

[중국] 샨동성 칭다오(산동성 청도), 2007년 8월

전에도 비슷한 글을 올렸지만, 나는 지금까지 칭다오(청도)로 여행을 간 적이 없다. 2001년~2005년까지 칭다오는 나의 집, 제 2의 고향이었고,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칭다오를 가는 것은 부모님 댁에 가는 것이자 일종의 고향 방문, 그 이상의 의미가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 굉장히 뼈저린 후회를 하고 있다. 칭다오 구석구석을 담은 사진이 거의 없다는 것을.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기 시작한게 2007년. 기숙사에서 살던 나는 1학년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고향 방문을 감행하였다. 엄마와 이모의 오랜 논의 끝에 나와는 친남매와 비슷할 정도로 친하게 자란 7살 터울의 이종사촌 동생, 그리고 연세가 아흔 가까이 되신(지금은 아흔 넘으셨다) 외할머니를 모시고 함께 갔다. 아직까지 비행기를 한번도 못 타봤던 중학생 사촌동생을 위해, 가까운 친척이 외국에 살고 있는데 방학에 한번 와서 지내보는 것도 좋고 또 그런 김에 중국어도 좀 배우고 가면 좋을거라고 엄마가 이모를 설득하신 것이다. 외할머니는 그 전에 아직 내가 칭다오에서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 한번 칭다오에 와보신 적이 있었는데, 이종사촌 누나 부부가 계획해서 외할머니, 큰 이모 내외분, 둘째 이모 내외분, 그리고 누나의 아들 딸까지 데리고 대규모 가족 여행을 왔던 적이 있었다. 그 때 하필 정전으로 학교가 휴교(!)하는 덕분에, 평일날 친척들을 가이드하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추억도 있다.



칭다오의 어느 흔한 아침. 이건 보정을 해서 밝아진 사진이고, 안개가 너무 무섭게 낀 것이 인상 깊어서 아파트 베란다에서 찍은 사진이다. 바닷가인 칭다오는 해무가 그냥 일상이다. 저 빌딩숲은 칭다오 신시가지 금융업과 상업의 중심지인 홍콩중로 일대.



엄마, 사촌동생과 시내버스를 타고 흔히 중산로로 통칭되는 칭다오 구 시가지로 왔다. 서울로 따지자면 강남에서 종로로 넘어온 셈인데 그냥 차로 온다면 20~30분이면 충분할 거리를 칭다오의 다소 불편한 대중교통으로 오니 한시간은 족히 시간이 걸린다. (지금은 지하철이 생겨서 많이 좋아졌을 것 같다.) 그래서 칭다오에 사는 동안 구 시가지로 오는 것은 정말 아주 가끔, 주말에 큰 맘먹고 나서는 가족 나들이 코스였다.


한국에도 많이 알려져 있는 사실인데, 칭다오는 한동안 독일의 조계지, 즉 준 식민지였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꿀리지 않는 칭다오 맥주가 생겨나게 된 것이기도 하고. 위 사진은 20세기 초의 건물들 뒤편에 90년대에 지어진 빌딩이 보이는 것이 생경해서 찍은 사진이다. 90년대 초반에 지어진 빌딩 같은데, 앞서 보았던 신시가지 홍콩중로에 밀집한 90년대 말~2000년대식 빌딩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구 시가지 중심거리인 중산로. 100년이 된 독일식 건물들이 뭔가 이상하도록 깨끗하고 번듯해 보이는 것은, 2008년 올림픽을 대비해서 한번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쳤기 때문이다. 이러면 근본 없어 보이지 않나. 그나마도 중산로와 그 바로 뒷편 골목들 위주로 공사를 했지, 조금 더 깊숙히 들어가서까지는 건드리지 못했다.



중산로에서도 핵심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팍슨(Parkson / 바이셩 (백성)) 백화점.



얼굴을 모자이크 해달라고 한 사촌동생과 성 미카엘 성당. 1934년에 지어진 옛 독일계 가톨릭 성당으로, '저장(절강)로 천주교당'이라고도 한다. 언젠가부터 주일에는 한국 교민들과 신부님이 중국인들과 더불어 미사를 드리고 있다. 옛 여자친구와 그 가족도 여기에서 세례를 받고 천주교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 때는 서로 몰랐지만 아마 2006~7년 즈음이었으니 대략 이 무렵... 이곳 역시 칭다오가 내세우는 관광지. 그 앞 건물들이 너무 깔끔해서 어색하다.




영어 'what'에 해당하는 '什么(션머)?' 식당. 지나가다가 상호가 재밌어서 찍어보았다.



올림픽 맞이 리모델링을 거친 중산로. 이러나 저러나 나는 칭다오에서 이 근방이 가장 좋더라.



남쪽으로 쭉 따라 내려오면 '잔교'가 나온다. 우리 근현대사에서도 친숙한 청나라 말기 권력가 리홍장(이홍장) 장군이 톈진(천진)에서부터 배를 타고 방문하게 되어서 이를 위해 만든 부두였다. 그 때까지 별 볼일 없던 어촌이었던 칭다오가 급성장하게 된 것. 



중국에서 좀 유명하다 싶은 곳은 사람으로 빽빽하다.



그 바로 앞은 작은 해수욕장이기도 하다. 중국의 해변이라면 이런 아저씨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칭다오만 건너편으로 보이는 옛 독일식 주택단지...오위샨(소어산)이라고 하는 언덕으로서, 그 뒷편의 바다관(팔대관)과 더불어 과거 독일 조계지 시절의 고급주택들이 보존되어 있는데 이는 당대 독일, 영국, 미국 등 서구 열강 관료와 사업가들이 모여살던 곳이다. 고풍스런 옛 건물들과 숲처럼 우거진 나무들이 어우러져 분위기가 굉장히 낭만적인 곳. 특히 바다관 일대는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자전거 타고 노닐던 곳이었다. (집에서부터 오기에 샤오위샨까진 너무 멀어서 못 왔다.) 이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국민당 정권 시절 총통 장졔스(장개석)의 별장인데 지금은 결혼하는 커플들 웨딩촬영하는 곳으로 쓰인다...;; 2000년대 들어 야심차게 지은 해저 아쿠아리움도 이 동네에 있다. 중국에서 첫 손에 손꼽히는 대형 호화 수족관인데 가보지는 못했다. 




정면에 멀리 보이는 건물이 구 독일 영사관 건물.



90년대 초중반에 지어진 구 시가지 마천루들. 칭다오의 경제 중심은 이미 언덕 두 개(샤오위샨, 바다관) 건너 홍콩중로 신 시가지로 넘어온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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