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바다/동방의 금수강산

[군산] 내일로 I - 만 스물 셋의 첫 전국일주, 2011년 8월 (2)

철새조망대에서 택시를 타고 바로 시내로 향했다. 택시를 잘 안 타서 부담이 없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버스는 언제 오는 지 알 수도 없고 (스마트폰이 아직 없던 시절이다.) 배도 너무 고프고.


기사님께 "복성루로 가주세요."라고 하니 다른 설명 없이 바로 OK 하신다. 그만큼 유명한 집. 나 같은 외지에서 온 여행객들만 가는 집.


8월 초 무더위에 한 시간을 밖에서 줄 서서 기다렸다. 가족 단위로 온 다른 관광객들은 대개 차를 끌고 왔으니, 돌아가면서 차에서 쉬다오고 하기도 하는 것 같더라. 나 홀로 여행하는 뚜벅이는 이럴 때 서럽다. 사실 서러운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자리에 앉는 것도, 기다리는 손님은 많고 자리는 부족하니 나 같이 혼자 온 사람은 2~3명 짜리 일행과 한 테이블로 합석해야 한다. 그 날 재료가 떨어지면 바로 문을 닫는다는 얘기도 들은 터라, 정 기다리기 힘들면 나중에 저녁에 다시 도전해야지 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짬뽕 먹으러 온 거니까 메뉴는 뭐 볼 것도 없이...


전국 3대 짬뽕이니 4대 짬뽕이니 하는 짬뽕이래서 큰 기대를 안고 간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까 한 시간이나 무더위를 참고 기다렸고. 그런데 그런 노력이 아깝지 않는 맛이었냐 한다면, 글쎄...


기다린 시간에 비해서 터무니 없이 빨리 짬뽕을 먹고 나와서 또 걸었다. 한 20분 걸어 찾아온 여기는 바로 현존하는 국내 최고(最古) 빵집인 이성당. 광복 후 한국인이 인수하며 이름을 바꾼 1945년을 공식 원년이라고 삼았지만 원래는 1906년도에 일본인이 연 빵집이었기에 그 역사가 100년이 넘은 엄청난 노포이다. 여기도 그 명성이 아니나 다를까, 오후 3시 경이었는데 간판메뉴인 단팥빵과 야채빵이 진작에 동난지 오래. 아쉽지만 일단은 지나쳐갔다. 


2011년 당시의 중앙로1가, 신창동, 월명동 일대 모습들. 최근(2017년 즈음)에는 많이 관광지화가 돼서 깔끔해졌고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 때만 해도 슬럼화가 한창 가속화되던 시절이었던 듯.




이 때만 해도 이렇게 낡아빠지고 적막한 골목이었지만 이 6년 후에 다시 찾았을 때는 사람들로 붐비는 카페골목이 되어 있었다.



이번 발걸음의 목적지, 신흥동 일본식가옥에 도착. 원래 집 주인의 이름대로 히로쓰 가옥이라고 많이 불린다.



국내에 드물게 잘 보존된 20세기 초 일본식 가옥이라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에 종종 등장해온 모양이다. 대표적으로 영화 <장군의 아들>.







영화, 드라마 같은 매체에서나 보던 다다미 바닥.




강점기에 일본인 가족이 살던 원형 그대로 보존된 것은 아니고, 최근까지 계속 누군가 살았었기에 꾸준한 개보수가 있었던 듯 하다. 벽에 전기 콘센트도 보이고,



가장 놀라웠던 이 너무나 깔끔한 부엌. (당시 내 자취방 부엌보다 훨씬 나았다.) 다시 구 일본식으로 개조할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이 곳 만큼 잘 보존된 것은 아니더라도, 구 일본의 주요 수탈기지였던 군산 구 시가지에는 일제강점기 시절의 오래된 건축물이 많다고 한다. 일전의 철새조망대 방문은 실패에 가까웠지만 여기를 둘러보니 여행 잘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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