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바다/동방의 금수강산

[통영] 혼자서도 통영, 2011년 5월 (1) 강구안


2011년은 내게 정말 중요한 의미를 지닌 해였다.

바로 그 해부터, 내가 비로소 본격적으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그 해 봄,

여덟번째 학기였지만 어차피 한 학기 더 다니고 졸업, 군 입대를 할 예정이라

나는 남들보다 훨씬 자유롭고 여유롭게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취업은 전혀 안중에 없고, 머리 속에 그저 '어떤 과목을 재수강할까', '뭘 더 하고 놀까' 뿐이었다.


사실 어떤 계기로 내가 학기 중에 갑자기 여행을 떠나야겠다 생각했는지 기억은 안 난다.

6년 지났으니깐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 짧은 여행을 다녀온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틈만 나면 여행을 생각하고 계획하고 떠나는 사람으로 내 자신이 바뀌게 되었던 것은 확실하다.



2011년 5월 5일 어린이날은 목요일, 마침 금요일은 수업이 없는 소위 '금주4'였다.

그 전에 한 이틀 동안 인터넷으로 통영의 관광, 교통정보를 모았던가?

5월 4일 수요일 밤 버스를 타고 내려가 2박 3일 간 머무를 계획을 세웠다.


조별과제 모임을 마치고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밤 11시 40분 출발 버스를 타고 통영으로 출발~


어둠을 달려 잘 오긴 왔는데... 처음부터 꼬였다.



우선 그 때의 나는 조금 예민했는지, 예상 외로 심야 버스에서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거의 맨 정신으로, 밤이다보니 바깥 경치도 볼 수 없기에 지루하게 올 수 밖에 없었고,

그 때 난 아직 스마트폰도 없었다. 당시 3년 된 LG 싸이언 '김태희 쿠키폰'을 고수 중...

그것도 예상대로라면 한 다섯 시간 달려서 새벽 다섯시 쯤에 떨어졌어야 하는데,

밤이라 도로에 차가 없어서 그런지 딱 네 시간만에 도착, 3시 40분 경에 도착하고 만 것.


그러니까... 통영종합버스터미널에서 통영 시내로 나갈 시내버스도 아직 없다. ㅠㅠ


그렇게 해서 스마트폰도 읽을 책도 없이 한 시간 가까이 터미널에서 멍하니 있다가

4시반 쯤 첫 차가 오길래 냉큼 탔다.

통영종합버스터미널(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내(중앙시장, 문화마당)로 향하는 시내버스는

101, 231, 301, 530, 600번 등이 있다.




문화마당 정류장에서 내렸다. 막연하게 서호시장까지 가려던 생각이었다.

롯데리아 앞 로터리 한 모퉁이에 김춘수 시인의 '꽃' 시비와 동상이 있다.

통영은 김춘수 시인의 고향이다.

시인의 생가는 여기서 강구안 반대편 동호동에, 유품전시관은 바다 건너 미륵도의 봉평동에 있다.



강구안 바닷가를 향해 걸어가는데 보도 블럭에 이렇게 이중섭 화백의 그림들이 박혀있다.

평안도 출신인 이중섭 화백은 전쟁 통에 월남한 이후, 부산, 통영, 서귀포 등지를 떠돌아 다니며 지냈다.

통영에는 서귀포처럼 이중섭 미술관이나 기념관 같은게 있지는 않지만,

그가 머물렀던 동네(항남동) 근처에 이렇게나마 그를 기념하고 있다.



그 와중에 이런 주장도 있다. 통영은 이중섭에게 빚진 게 없다



폐가 또는 폐창고 같은데 느낌이 오묘해서 찍어봤다.



조선업은 통영의 주된 산업이다. 조선소가 모여있는 바다 건너편 미륵도의 모습.








한산도로 향하는 여객선.

일반 여객선이 아닌 유람선은 여기가 아니라 미륵도의 도남동에서 탈 수 있다.

유람선 타려고 통영 온건데 여기에서 순간 헷갈려서 잘못 탈 뻔 했다.





이런 풍경이 너무 오랜만이라 순간 놀랐다. 강구안은 충무김밥 세상.



서호시장





항구도시를 사실상 처음 가 본 서울 촌놈이었던 내게는

이렇게 인도 위를 비둘기 마냥 활보하는 갈매기 또한 충격이었다.



강구안의 일출



강구안 건너편에 남망산 자락의 통영시민문화회관이 보인다.



충무김밥집 중에 가장 크고 유명한 한일김밥.

새벽 5시 50분인데 이미 열려있었다.



이건 판옥선...??



여긴 또 거북선



통영은 충무공 이순신의 고장(?)이기도 하다.

목포 여수 진해 부산 등 남해안 도시는 다 그렇다.

충무공이 통영을 거점으로 활약한 것은 아닌데, 일단 한산대첩의 그 한산도가 통영 소속이다.


사실 '통영'이란 이름은, 임진왜란 이후에 이곳으로 이전한 삼도수군이 그 어원이다.

당연히 충무공 사후의 일이기 때문에, 그가 여기 통영에서 근무한 적은 없다.

1955년에 통영군 통영읍이 충무시로 독립 승격되었다가 1995년에 다시 통영군과 통합하여 통영시가 되었는데,

그 때의 그 '충무'도 당연히 충무공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세종시가 세종대왕이랑 관련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도 세종시보단 관련성 높다.



무슨 식물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건너편에 나폴리모텔 그리고 동피랑마을이 보인다.




중앙시장 입구



밑에서 본 동피랑.



그런데 이 거북선은 실제로 운행하는 배라고 한다! ㅎㄷㄷ

어린이날을 맞이해서 어린이들을 태우고 강구안과 미륵도를 오간다는 듯.



한일김밥에 들어왔다. 충무김밥으로 아침을.




거북선과 판옥선 위로 동이 터오른다.



치과 건물이 예뻐서 찍었다.

첫 여행이라 뭐든 예뻐 보인다.



혹시나 해서 들어가 본 중앙시장.

아침 일찍부터 회를 먹는 건 어려운 일이다.



[통영] 혼자서도 통영, 2011년 5월

  ▷ (1) 강구안

  ▷ (2) 동피랑

  ▷ (3) 남망산

  ▷ (4) 통제영·충렬사

  ▷ (5) 통영해저터널

  ▷ (6) 미륵산

  ▷ (7) 통영 유람선: 소매물도·한산도

  ▷ (8) 전혁림미술관·박경리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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