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바다/동방의 금수강산

[서울]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2011년 4월


8번째 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던 2011년 4월 어느 토요일,



카메라를 들고 학교로 향했다.
자취방에서 연세대 서문까지 걸어서 40초 걸렸다.



캠퍼스 곳곳에 핀 개나리, 목련, 진달래 그리고 벚꽃 같은 봄 꽃들을 사진으로 담아보고 싶어서.





학교 5년 째 다니면서 이 때 거의 처음으로 언더우드가 기념관을 본 것 같다.
언더우드관 아니다. 언더우드 국제대학도 아니다.













이과대학 앞이라서 측우기, 양부일구가...?



'신중도'로 불리던 연세·삼성 학술정보관 뒷편.
원래 나는 도서관 안 다녔다. 사람 많은거 싫어해서 시험기간엔 더 안 다녔다.

























강의동 중에 내가 보기에 가장 아름다웠던 신학관.























공식 캠퍼스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 외솔관-교육과학관(당시 이름은 종합관) 뒤편 산길.
산을 넘어가면 언더우드가 기념관이 나온다.
문과대, 사회과학대, 상경대와 생활과학대, 이과대 사이를 잇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이걸 뛰어 넘어가면 죽는다. 크로스컨트리.











종합관(현 교육과학관)은 1996년 8월 한총련 사태의 핵심 현장이었다.
신촌캠퍼스 전체에 안 그랬던 곳이 있겠냐만은...
종합관 뒤편의 이 벽화도 그런 일련의 역사와 관련이 깊지 않을까 추측 해보았다.
















4학년 때는 주로 국어국문학과 전공수업을 들었는데 외솔관 로비 리모델링을 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부전공 졸업요건을 거의 다 채우니까 공사가 끝나더라...













연희관던전에는 아직 덩굴이 푸르러지지 않았다.




그래서 연희관은 여름이 가장 예쁘다. 그 때 드라마나 영화 촬영도 많이 하고.
하지만 그 때 여름방학이라 학교 안 온다는 것이 함정.
계절학기를 들어도 연희관에선 수업 잘 안 한다는 것이 함정.















연희관과 마찬가지로 언더우드관도 여름이 절정이다.





창립자 언더우드 선교사님





어린이가 언더우드 님 자세를 따라하는 걸로 보이는건 기분 탓이겠지.





날이 좋아서 날이 적당해서 꽃놀이 온 사람들이 많았다.






당시 한창 논란의 중심이었던 용재관. 그리고 용재관 앞 진달래.
처음엔 중앙도서관이었다가 이 당시에는 교육대학 건물이었던 용재관을 허물고
같은 자리에 새 경영관을 짓는다고 하여 한창 논쟁 중이었다.



사실 용재관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는 건물이기는 했는데, 이름*부터 일단...

* '용재'는 연희전문 마지막 교장이자 통합 연세대 초대 총장이었던 백낙준 박사의 호.
그리고 백낙준은 친일반민족행위자였다.

많은 사람들이 용재관 철거에 반대한 것은, 오래된 건물을 지키자!는 것 보다도
용재관 앞 진달래 나무들을 지키자!는게 주된 이유였다.


진달래는 학교 여기저기에 많지만, 그 중 역시 최고 명품은 역시 용재관 앞이었다.
용재관은 헐더라도 용재관 앞 진달래 나무들은 어떻게든 지켜달라는 것이 당시 대세 의견이었다.












이런 추모비가 있는 줄은 몰랐다. 이 분이 어떤 선배였고 왜 돌아가셨는지 알지 못했다.
















이 날 5년 만에 비로소 깨달았는데,
청송대에는 꽃이 없더라.
















그 때는 아직 용재관이 언제 헐리게 될 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다음 해 2월 졸업과 군 입대를 앞두고 있던 나에게
이 날은 용재관 진달래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날이었다.






사람 보는 눈이 다 같은게,
이 날 가장 사람이 많이 몰려있는 곳이 바로 여기 용재관 진달래 밭이었다.




































사실 연세대의 건물들은 그 모양에 있어서 어떤 기본형이 있어서
새롭게 지어지는 건물들도 그 틀 안에서 살짝 변형시켜 짓는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본관인 언더우드관.
언더우드관 뒷편의 연희관, 대우관 본관이 모두 그 모양으로 조금씩 더 크게 지어졌다.

신학관, 공학원 그리고 동문회관도 같은 형식이라고 볼 수 있다.




연세의 상징인 독수리.



일설에는 과거 고려대가 호랑이를 상징으로 정하자,
당시 학보사인 연세춘추 편집장과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들이 회의 중에 술에 취해서
"독수리가 호랑이를 잡아먹는다"는 헛소리를 한 끝에 독수리가 상징 동물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회의록이 실제로 발굴됐다.



진짜 문제는, 사실 독수리가 이렇게 안 생겼다는 것이다. 갈 수록 태산이다.
그래서 겸사겸사 이 기념상을 다시 만들려는 노력이 참 많았는데...
나중에 보니 백양로 공사하면서 이 기념상도 치워버렸던데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제1공학관 앞 잔디밭흡연장에 이런 예쁜 꽃이 있다는 것은 아마 아는 사람이 없었을 것 같다.















당시 막 생긴지 얼마 안 됐던 인조잔디 축구장










24살의 내 모습







이 사람이 초대 총장 친일파 용재 백낙준





발길 닿는대로 걷다 보니까 아까 갔던데 또 가고 동선이 굉장히 꼬였다.















연세인이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동문 윤동주 시인의 시비.
보통 '동주 선배', '동주 선배'라고 많이 썼던 것 같다.


































기숙사 가는 길.






이 날 찍은 베스트 컷.


















대학생으로서 보낸 마지막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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