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은 바다/그깟 공놀이

[야구] 2008년 6월 1일 KBO 롯데 자이언츠 vs 우리 히어로즈, 목동야구장


처음이었다.



턱돌이를 현장에서 직접 본 게.



2008년 6월 1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대 우리 히어로즈 (현 넥센) 경기를 관람했다.


원래 현대 유니콘스 골수 팬이었던지만, 히어로즈 창단의 첫 해였던 2008년 이래 몇 년간은 반발심 때문에 히어로즈를 응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날 내가 생전 처음 목동구장을 찾은 가장 큰 이유는 사실 경기 자체보다도, 당시 학교에서 수강하던 '문화인류학' 수업의 조별 과제를 위해서 부산 경남을 기반으로 한 롯데 자이언츠 팬덤의 문화를 알아보고자 취재차 방문한 것이다. 우리가 당시 주제로 삼은 것은 '엘롯기' 팬덤 문화와 지역감정의 완화였다. 그런데 또 사실은 이 날으로부터 약 한 달 전, KIA 타이거즈 팬덤 문화를 알아보기 위해 목동에 먼저 한 번 왔었는데 그 때는 이미 1루 원정석 표가 매진이라 발길을 돌려야 했었다. 다행히 이 날은 조금 일찍 움직인 덕분에 적당한 구역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예매를 할 생각은 안 했다?



가까이 보이는 롯데 우익수 카림 가르시아

사실 목동구장만큼 그라운드와 관중석이 가까워서 야구보는 즐거움이 큰 구장도 없었다.

근데 지금까지 내가 가 본 야구장은 잠실, 옛 도원(숭의), 옛 수원, 목동, 고척이 전부.



롯데 팬들의 신문지 응원



공을 주고 받으며 몸을 풀고 있는 가르시아 선수



가르시아가 워낙에 쇼맨십과 팬서비스가 좋아서 인기가 많았다. 나도 좋아했다. 응원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응원의 환호성 말고도 주라 나주라 공 좀 던져달라는 부산 방언부산식 영어의 향연...

던져주기는 했다.



이 날 본 유니폼 마킹 중에 최고



롯데 팬들의 쓰봉 쓰레기봉투 응원




공필성 코치, 한화의 섹시가이 전근표, 박현승

어떻게보면 다들 롯데나 넥센 팬들에게 추억의 이름들이다. 어떻게보면



페르난도 아로요 투수코치, 통역, 강민호, 이용훈

여기에도 롯데 팬들 추억의 이름들이 보인다. 선발투수 이용훈 선수는 이 날 8이닝 3실점으로 이 해 첫 승을 거뒀다.



이 날 경기는 롯데의 8-3 승리로 끝났다. 다행이다. 아니 롯데가 졌으면 더 좋은 그림을 담을 수 있었을지도? 롯데 팬들의 응원문화와 야구관, 지역감정 등을 알아보기 위해서 찾아간 경기였는데 원하는 취재 내용을 충분히 담아 갈 수 있었던 알찬 하루였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조별 과제 발표도 아주 성공적이었다. 갑자기 들이대는 수상한 대학생에게 선뜻 취재에 응해주신 롯데 팬 분들에게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만 원래 골수 현대 팬이었던 내게 우리 히어로즈의 상대편을 응원하고 있는 상황은 조금 어색하고 불편하기는 했다. 나는 롯데, 두산, 한화를 골고루 응원하며 이런 어색함을 몇 년 더 겪다가 어쩔 수 없는 히어로즈 팬임을 자각하고 결국 넥센으로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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