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바다/고독한 미식가

복국 - 통영 부일식당 (2011.05.06)


내가 통영에 놀러간다고 하니

친구 녀석은 졸복국을 꼭 먹고오라 했다.

비록 여행 첫 날은 꿀빵 한 번 샀다가

처치가 곤란해 그걸로 점심 저녁 다 때웠지만

이제 꿀빵으로부터 해방되었으니

둘째 날엔 복국을 꼭 먹어보겠다고 다짐했다.

서호시장이 유명하다고 들어서 무작정 걸었다.

그래서 눈에 띄는 식당으로 또 무작정 들어갔다.


이런걸 serendipity라고 하나.


그렇게 들어간 가게에서 먹은 생애 첫 졸복국은

그 때까지 먹어본 모든 한식을 통틀어

그야말로 최고의 진미였다.

그 전에 대구에서 복지리를 먹어본 적은 있다.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때 입 안의 느낌이

아련하게나마 느껴지는 것 같다.

국물 맛이 중독적이다 못해 충격적인 수준이었고,

바닥 마지막 한방울까지 박박 긁어먹었는데

더 이상 없는게 아쉬워서 눈물이 핑 돌 지경.

살면서 먹어본 가장 감동적인 국물이었다.

쫄깃한 식감의 졸복 살 역시 먹는 재미가 있었다.


반찬 중에선 학꽁치회가 가장 인상 깊었다.

내가 워낙에 생선회에 사족을 못 쓴다.

더 먹고 싶어 마음이 좀 동했다.

하지만 숫기도 없고 또 워낙에 황송한 맛이라

더 주실수 있냐는 말도 못 꺼냈다.


내가 이 리뷰를 쓰게 된 과정이 참 복잡했다.


내 인생의 역대급 호사였다고 기억할 정도로

평생 가 본 식당 중 최고의 맛집으로 꼽는데

정작 이 집의 상호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땐 아직 사진을 듬성듬성 찍어버릇해서

가게 외관 사진도 한 장 안 남긴 것이다.

음식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셨는지,

계산하고 나가는 길에 사장님이 명함도 주셨다.

"올라가시면 얘기 좀 잘 올려주세요~."

리뷰 청탁 받은 셈이다.

그런데 어째 그 명함도 잃어버렸다.

5년이 지난 작년 여름 다시 통영에 갔을 때

친구들과 함께 이 식당에 찾아가고자 했다.

그런데 또 못 찾았다.

그렇게 이 식당은 한동안 미궁 속에 있었다.


이번에 여행 6년 만에 통영 여행기를 쓰면서

이 식당과 복국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기에

어떻게든 기억해보려 필사적으로 애를 썼다.

가게 외관, 내부구조는 어렴풋이 기억나기에

틈틈이 네이버와 다음 지도 로드뷰로

서호시장 주변 골목을 구석구석 살피고,

다른 블로그 글들을 교차검증했다.

그런 집요하고 차라리 처절했던 탐색으로

마침내 나는 사장님이 하셨던 부탁을

6년 만에 들어드릴 수 있게 되었다.


그 식당의 이름은 '부일식당'.

서호시장 동편 외곽에 위치한다.

찾아보니 1978년도에 개업한 노포이고

현지인과 여행자들에게 두루 사랑받는 집이더라.

굳이 내가 리뷰 안 했어도 이미 유명한 곳이다.


다만 한 가지 속상하게 된 건,

작년에 이 집을 못 찾고 다른 식당에 들어갔는데

그게 바로 여기 옆 집이었다는 거다.

푸터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