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윈난성(운남성), 2004년 4월 II

▶ [중국] 윈난성(운남성), 2004년 4월 I

쿤밍 현지 가이드 누나.

쿤밍 석림(스린) 공원 입구에서 수학 선생님과 한 컷. 필리핀 분이시고 지금은 고국에 돌아가서 대학 교수가 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윈난 지역은 열대지방이라 이런 지역 소수민족의 전통모자를 사서 써줘야 간지가 난다 무더위로부터 얼굴을 보호할 수 있다. 역시 내 치아교정기가 거슬린다.

석림 공원에 대해 영문으로 소개하는 비석. 영어로는 石林이란 단어 그대로 Stone Forest라고 한다. 중국은 고유명사인 주요 명승지 이름을 죄다 영어로 직역해 버린다. 만리장성→The Great Wall, 자금성→The Forbidden City(...)가 대표적인 예. 반면 한국은 어중간하게 번역을 하고 특히 동어반복이 빈번하다. Gyeongbokgung으로 하든지 아니면 Gyeongbok Palace로 해야지, '궁궐'이란 말을 반복하는 Gyeongbokgung Palace는 뭐냐 대체... 근데 만약 중국이었다면 Ever Luck Palace 따위로 번역했을거다. 그거보단 낫네.

석림에 간 날이 마침 내 생일이었다. 선생님이었는지 친구였는지, 누군지 기억은 안 난다만(ㅠㅠ) 정말 고맙게도 나를 위해 케익을 준비했다. 사실 중국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던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수학여행 기간이 꼭 내 생일과 겹쳤다. 매년 4월 중순에 여행을 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10대 시절에 생일파티를 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내겐 그게 당연한 것이 되어버려서 20대에도 생일파티를 한 적이 없는...수준이 아니라 아예 누굴 만나서 같이 밥을 먹은 적이 딱히 없다. 대학에 가니 생일이 중간고사 기간이더라(...) 그러다가 딱 한번, 여자친구가 있는 상태로 생일을 맞은 적이 대학을 졸업한 25살 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있었는데 그 때는 내가 훈련소에 있었다(...)

돌의 숲 석림, 말 그대로 돌로 이루어진 숲이다. 수 억년의 세월 동안 석회암이 깎이고 녹아나가 이렇게 신비로운 비경이 탄생했다.

그런 천혜의 비경에다가 시뻘겋게 인공적으로 글자를 새기는건 동아시아인의 종특이다.

키가 2미터가 넘으셨던 미국인 성경 선생님. (미션스쿨이다.) 우리가 농구코치로 떼를 써서 추대하기도 했다. 어느새 이런 소수민족 전통복장 체험의상을 빌려입으시고...

와인색 티셔츠에 민머리 아저씨가 저 위의 성경 선생님이다. 석림 곳곳에는 이렇게 자연적으로 생긴 바위와 바위 사이 틈으로 미로 같은 길이 많이 나있다. 그리고 여기에도 깨알같은 저 동아시아인의 종특.

그런 통로 중에는 이렇게 바위와 바위 위로 또 다른 바위가 얹어져 있는 곳이 있다. 관광객들은 행여나 내가 지나가는 동안 저 바위가 뚝 떨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 하면서 지나가는데 당연하게도 안 떨어진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멀쩡한지는 모르겠다.

가이드 누나, 중국인 보조교사 선생님, 그리고 9학년 담임이셨던 과학 선생님. 남아공 분이신데, 나중에는 교감이 되셨다가 타 지역의 같은 재단 학교 교장으로 부임하셨다.

이런 바위 숲이 얼마나 넓게 형성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동네에 이런게 없으면 허전하다. 코끼리 모양 바위도 있다.

성경 선생님, 본인, 수학 선생님, 말레이시아인 선배.

높은 곳에서 바라본 석림의 풍경. 그저 넋을 놓고 보게 된다.

2004년 당시는 아직 아니었는데, 2007년 부로 석림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석림이 독자적으로 오른 것은 아니고 석림 전체가 오른 것도 아니다. 석림 중에서도 일부 지역이 '중국 남방 카르스트'라는 항목 하에 자연유산에 지정된 것. 여기 뿐 아니라 윈난성과 가까운 광씨성, 구이저우성에도 비슷한 카르스트 지형이 산재하고 있나보다. 그렇게 총 여덟 군데의 카르스트 바위 지역이 하나의 항목으로서 세계유산이 되었다.

패키지 여행이 으레 그렇듯 운남성 보이차 소개하고 판매하는 곳으로 끌려갔다. 아무도 안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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