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바다/러브 인 아시아

[중국] 윈난성(운남성), 2004년 4월 I

아주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 여행기를 쓰는 일은 말도 못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여행하면서 일기 같은 것도 남기지 않았고, 심지어 그게 1~2년 전도 아니라 무려 10년 전에(...) 갔던 여행이라면 오죽할까. 내가 찍은 사진을 다시 보면서 기억을 되짚어 보는 걸로도 부족해서, 내가 뭘 찍은 건지도 몰라서, 사진 설명을 쓴다고 인터넷을 뒤져야 할 판이다. 사실 이 쯤 되면, 이제 와서 몇 월 며칠이었는지 기억도 정확하지 않은 여행기를 쓰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싶다. 하다못해 가이드북도 가장 최신판으로 사서 보는 것이 이치에 맞거늘,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모자라 다시 재개발을 논하고 있을 시점에 와서 쓴 이런 여행기를 누가 읽고서 유용한 정보로 써먹겠느냐 이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굳이 이 여행기를 쓰는 이유는 명확하다. 비록 한참 예전 이야기이기는 해도, 내가 이런 이런 곳에 갔었는데 이런 점은 정말 좋았고 이런 면에서는 정말 별로였다, 라고 공개적으로 남겨서 공유함으로써, 이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이 비록 여행정보 측면에서는 유용하게 써먹을 수 없더라도 그래도 최소한, 아 이런 곳도 있구나, 있었구나... 10년 전에는... 여기는 이런 느낌이구나 느낌이었나 보구나... 10년 전에는... 라는 그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나 스스로에게도, 이렇게라도 블로그를 통해 써두지 않으면, 지금 이미 10년 동안 거의 다 잊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때의 그 기억을 앞으로 더 빨리 잊어버릴 것 같아서 불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 쓰게된 옛날 여행기 첫 번째, 중국 윈난성(운남성) 편.



이 여행기는 중국 칭다오 류팅 국제공항에서부터 시작된다. 2004년 4월 당시의 나는 칭다오 MTI 국제학교(QMIS) 9학년 학생이었다. 국제학교에서는 2학기인 매년 봄마다 Spring Trip 이라는, 한국식으로 말해 수학여행을 중국 어딘가로 떠난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는 전교생이 다 떠나는 것은 물론 아니고, 'secondary school', 즉 중고등부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다. 내가 처음 이 학교에 들어갔던 7학년(2001~2년) 때에는 아직 학교 규모가 워낙에 작고 학생이 적어서 7~12학년이 다 함께 베이징을 다녀왔는데, 그 후로 점점 인원이 불어나서 middle school과 high school을 분리해서 다니기 시작했고, 나중에 내가 한국으로 전학 온 이후로는(11학년 1학기였던 2005년 말에 돌아왔다.) 학년 별로 다 따로따로 가게 되었다는 것 같다. 나는 7학년부터 10학년까지 다니면서 딱 한번 8학년 때 수학여행을 못 갔는데, 그 시즌에 SARS가 창궐하는 바람에(...) 중국내 이동이 전면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그 때 원래 여행지가 또 하필 홍콩으로 계획되었지 아마...

(QMIS는 현재 International School of Qingdao로 명칭이 바뀌었다. 그런데 중국어 명칭은 여전히 青岛MTI国际学校이다. 중국 정부로부터의 재인가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


*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본 블로그에선 본인의 지인을 비롯한 타인의 얼굴을 가급적이면 모자이크 처리할 것임을 밝힌다. 초상권에 대한 어떠한 양해도 구하지 않고 올리는 사진들이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작성자 본인의 얼굴도 (여러가지 이유로) 모자이크 처리할 수 있다.


각설하고, 2004년 4월 중순 어느 주말, (사진 파일의 촬영정보도 다 꼬인 바람에 정확한 날짜마저도 파악할 수 없다;;) QMIS 고등부 학생들과 교사들은 칭다오 류팅 국제공항에서 쿤밍 창슈이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중국 국내선 항공편으로 2014년 수학여행을 떠났다. 그렇다. 중국에서는 어지간하면 비행기가 기본이다. 더군다나 그땐 고속철도도 아직 없었다.



보이는가? 국내선 터미널에도 사람이 이렇게 많다. 이것이 대륙의 기상 하나.



본인이다. 지금 내가봐도 믿기지 않지만 17살이었다. 이 사진에선 잘려서 보이지 않지만 그 땐 머리를 길러서 묶고 다녔다. 두발규정 없는 미국계 국제학교라서 가능했다. 자리가 랜덤으로 배정된건지 선생님들이 짜신건지 모르겠지만 주위로 전부 여학생(친구 및 선배들)이었다. 그리고 전부 한국인이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안생겨요.



이 날 하늘이 이렇게 예뻤다는 건 방금 사진을 보정하면서 알았다.



국내선인데 중간에 트랜짓도 한다. 대륙의 기상 둘. 우한 톈허 국제공항으로 기억한다. 이미 여기까지 오는데만도 두시간. 이것도 헷갈리는게, 우한이 아니라 창샤 황화 국제공항이었던가? 그런데 창샤와 우한은 서울과 광주 거리만큼 멀...지만 중국에선 그냥 이웃 동네.



다시 두어시간 더 날아서 쿤밍 우쟈바 국제공항 도착. 지금은 없어진 공항이다. 쿤밍에는 대신 2012년에 개항한 창슈이 공항이 있다. 오후에 출발했는데 이미 깊은 밤이다. 



여행 첫날 밤을 보낸 쿤밍의 한 호텔 로비에서 함께 한 9학년 남학생들. 한 학년이 한 반이었는데 9학년 남학생 전체 중에 한 명만 빼고 다 함께 찍은 사진이다. 그런데 또 이 중에서 한 명만 빼고 다 한국인... 뒷 줄에 모자이크 안 한 내 옆의 영국인 친구는 지금은 유튜브 스타이자 연예인이다. 누군지 밝히지는 않겠다. 그리고 이젠 연락할 수 없다. 물론 하면 할 수는 있지만. 페이스북 친구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제 그게 전부다...



이 많은 짐이 밤 늦게 각자 방으로 다 들어갔다가



아침 일찍 도로 다시 나왔다(...) 첫날 밤의 룸메이트였던 친구와 기념사진. 내 치아교정기가 거슬린다.


여기에서 1부를 마친다. 사실 더 길어지면 스크롤 때문에 읽기 싫어질거다. 운남성 여행기인데 운남성 얘기 하나도 안 나왔다...


[중국] 윈난성(운남성), 2004년 4월 II
[중국] 윈난성(운남성), 2004년 4월 III

푸터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