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바다/러브 인 아시아

[중국] 쟝쑤성 쑤저우(강소성 소주), 2004년 10월

2004년 가을, 국제학교 10학년 1학기였다. 다시 돌아온 배구시즌. 그 학년도부터 우리는 배구(가을), 농구(겨울), 축구(봄) 등의 운동부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두 개의 리그에 소속되어 활동하기 시작했다. 하나는 전부터 기존에 활동하던 International Schools of China, 줄여서 ISC로서, 중국 전국 몇 몇 도시에 퍼져있는 같은 재단의 자매 학교들 간의 연합체였다. 그리고 이제 04-05 학년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이 ACAMIS, 원래 All Chinese And Mongolian International Schools로서, 중국과 몽골에 있는 모든 국제학교들의 협의체였다. 우리학교가 여기 끼어서 활동을 한 초창기에 나는 선수생활 끝물이어서 다양한 학교, 특히 몽골 소재 학교는 만나보지 못했다. 여튼 이 ACAMIS 체육 리그 시스템은 미국의 학원체육이 돌아가는 방식 그대로여서, 학교와 운동부의 규모, 운동부의 실력 및 성적에 따라 division이 갈렸다. 즉 1부, 2부... 이런 식으로 단계가 나뉘어있다는 것. 학교 자체도 작고 운동부의 규모 및 체계가 아직 걸음마 단계였던 우리 배구부는 3부리그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서론이 너무 길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해서 2004년 10월에 ACAMIS 배구 3부리그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예로부터 아름다운 도시로 이름난 쟝쑤성 쑤저우(소주)에 갔었다. 칭다오 류팅 국제공항에서 샹하이 홍챠오 국제공항을 오가는 중국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했다. 샹하이와 쑤저우 사이는 시외버스를 타고 오갔다. 돌아오는 길에 교통체증이 심해서 결국 비행기를 놓치는 대참사가 있었다. 쑤저우, 즉 소주는 우리 외가의 본관이기도 하다. 가보니 시내 곳곳에 운하가 보이는, 정말 아름다운 물의 도시였다. 그런데 아주 유감스럽지만 배구 경기 말고 찍은 쑤저우의 풍경 사진은 이게 전부다. 사실 시내 그리고 주요 명승고적에서의 관광도 없었다. 자유시간에 시내 중심 번화가로 걸어가서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시고 굿즈를 산 것이 전부...





정말 이게 전부다(...) 너무 짧은 시간에, 정말 본게 없긴 하지만 그 도시 자체에서 느껴지는 우아하면서 단정하고, 고풍스러우면서 깔끔한 분위기가 나를 완전히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런 도시라면 정말 오랫동안 정을 붙이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태어나서 처음든 도시였다. 그 때 나이 열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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